시스템반도체 개발 전문 칩리스(Chipless) 업체 '가온칩스'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1년여 전 가온칩스의 성장잠재력에 베팅한 벤처캐피탈들로서는 이른 시일 내 투자금 회수 기회를 잡게 될 전망이다.
5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가온칩스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상장 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 가온칩스는 기업공개를 통한 투자 유치로 사세 확장과 인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통상적인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중 코스닥 문턱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가온칩스는 2012년 문을 연 디자인하우스다. 칩리스 업체로도 불리는 디자인하우스는 생산시설 없이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와 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곳이다. 팹리스 업체가 설계한 내용을 실제 생산공정에 맞춰 제조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디자인한다.
업계에서는 가온칩스의 상장 후 기업가치가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파운드리, ARM 등 국내외 유수 반도체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정도로 우수한 설계 지원 역량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벤처캐피탈들은 투자 회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 DA밸류인베스트먼트-위벤처스, 지유투자 등이 회수 기회를 잡는다. 이들 투자자는 2020년 12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라운드에 참여해 RCPS(상환전환우선주) 신주 50억원어치를 나눠 매입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스톤브릿지2020벤처투자조합'을 활용해 신주 2445주를 매입했다. 주당 발행가액은 87만5000원으로 투자금액으로 환산하면 21억원 상당이다. DA밸류인베스트먼트-위벤처스도 같은 금액을 투자했다. 코지피(Co-GP)로 결성한 'WE-DA 시스템반도체 2호 신기술조합'을 통해 가온칩스 신주 2445주를 사들였다. 지유투자는 '지유시스템반도체상생투자조합'으로 822주(약 7억원)를 매입했다.
당시 프리IPO 투자는 가온칩스와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모두 의미 있는 딜이었다. 가온칩스 입장에선 기업공개를 앞두고 기관투자자들을 받아들여 주주 구성을 다양화했고,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었다.
투자자들은 가온칩스가 시장에서 확보한 신뢰와 향후 성장 잠재력에 주목했다. 가온칩스는 앞서 '제1회 삼성파운드리 파트너스 데이'에서 베스트디자인 파트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ARM의 '베스트 디자인 파트너'로 선정되며 반도체 설계 지원 기술 역량을 인정받았다.
가온칩스 투자사 관계자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가온칩스와 같은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점차 커지는 추세"라며 "가온칩스는 삼성전자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로서 파운드리의 신뢰도가 높고, 국내에서 삼성향 양산매출을 갖춘 디자인하우스로 손꼽히는 만큼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앞선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고, 분화하면서 그동안 팹리스 업체가 맡았던 역할이 디자인하우스로 넘어오고 있다"며 "칩설계 난이도와 비용이 급격히 높아지는 만큼 디자인하우스가 설계에서 분담할 부분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측면에서 기술 역량을 갖춘 가온칩스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봤다"고 말했다.